빰- 빰- 빰빰빰- 빠밤- 빰빰빰- 스타베팅 EDM으로 가득한 이곳. 서울 이태원 소재의 한 고급 클럽 안이었다. 입구에서부터 홀까지 덩치 큰 요원들로 일렬 배치. 마치 VIP를 모시기 위한 길을 만들어 놓은 듯했다. 그렇게 얼마 후. “안녕, 오빠들?” “지수 씨, 오셨습니까!” 블랙 가죽 재킷에 짧은 치마. 특유의 요염함이 잔뜩 배어 나오는 듯한 화장까지. 김미연의 등장에 모두가 환영하듯 허릴 숙였다. “애들은?” “안에 계십니다!” “그래? 자, 여기.” 미연이 가방에서 꺼낸 수표를 지배인에게 건넨 순간이었다. 입이 반쯤 찢어진 지배인은 곧장 상전 모시듯 그녀를 2층 깊숙한 곳에 있는 룸 앞으로 데려갔는데. 이윽고 거대한 철문이 열린 순간이었다. “이야! 이게 누구야? 되게 간만이다?” “지수 왔냐? 씨발 얼굴 보기 존나 힘드네.” 미연을 보자마자 환영하는 남자들. 전부 하얀 피부에 조각 같은 외모의 소유자들이었다. 이윽고 미연은 우아한 걸음걸이로 그러한 남자들을 지나치며 가운데 상석으로 자연스레 이동했다. “왔냐?” “어. 근데 씨발. 이게 뭐 하는 짓들이야? 추잡스럽게.” 미연이 눈앞에 여자들과 혀를 섞으며 뒹구는 남자들의 모습에 혀를 차며 말했다. 뭐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 앞에서는 이러지 말아야지. 그러자 지연의 옆에 앉은 남자가 껄껄대며 말했다. “야, 지수 님께서 보기 흉하시단다. 다들 그만하고. 술이나 한잔 따라 드려. 영원이 네가 따라드려라.” “네, 형!” 상석에 앉은 남자에게 지원이라 불린 청년은 곧 술병을 들고 지수 앞으로 비틀거리며 다가갔다. 걸음새로 볼 때, 이미 상당히 취한 듯 보였는데. 이윽고 영원이 미연이 든 글라스 잔에 술을 따랐을 때였다. “지수 선배, 많이 드세요. 딸꾹!” 주르륵- “아 씨발.” “죄, 죄송합니다!” 거나하게 취한 탓인지, 글라스 잔을 넘치도록 술을 따른 영원이었는데. 미연은 쌍심지를 켜며 잔을 저 멀리 벽을 향해 던져버렸다. 쨍그랑- 그 바람에 모두가 그 두 사람을 응시했는데. 미연은 곧 상석의 남자에게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야, 박원호. 애들 교육이 좀 삐리하다? 요즘 많이 좋아졌지?” “아 좀 봐줘라. 이쁜 막내가 좀 실수할 수도 있지.” “개 같은 소리 그만하고. 야, 너. 이름이 영원이라고? 선배가 아주 줫 같아 보이지?”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꺼져. 기분 더러우니까.” “예, 옙!” 영원이 땀을 뻘뻘 흘리며 룸 밖으로 나갔을 때였다. “낄낄낄. 와, 군기반장 지수. 아직 안 뒤졌네?” “내 말이. 저년 씨발 킥킥킥! 나 처음 봤을 때, 완전 무서워서 벌벌 떨었잖아?” 미연은 곧 자신을 비하하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내뱉은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 것치고 말이 좀 짧다?” “아, 예 선배님. 근데 그거 아시나요? 이 바닥에서 인기가 곧 선배라고?” “풋. 예, 예. 인기 좀 얻으셔서 좋으시겠어요, 후배 님.” “아이고 말도 말아요. 아주 천국 같으니까.” 남자의 말에 미연이 피식 웃음을 내뱉었다. 아이돌의 세계에 서열이란 선, 후배가 아닌 인기. 누가 더 잘나가냐가 관건이었다. 이 방에서 영원이라 불린 놈만 제외하면, 대다수가 국내 탑 아이돌 그룹 멤버 중 한 명이었던 터. 끼리끼리 논다고 달에 한두 번 이렇게 파티를 즐기곤 했다. “그보다 지수 너 요즘 누구 만나는 사람 있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어머? 천하에 박원호가 나한테 지금 관심 표현하는 거야?” 박원호. 대형 기획사인 SN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현재 해외 활동 중인 아이돌 그룹 클래스의 리더였다. 최근 해외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한 터. 오늘의 자리 또한 그런 원호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했는데. 문제는 그런 원호가 미연을 눈독 들였다는 데에 있었다. “어머? 얘 말 없는 거 보니까, 진짠가 보네?” “닥쳐. 누구야 이번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원호의 물음에 미연이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하여간 이놈이나 저놈이나. 어떻게든 나 한 번 넘어트려 보려고 이 지랄인데, 왜 유독 그 새끼만 그리 튕기는 걸까? 내가 박지연 그년보다 못한 게 어딨어서? 정말이지 웃기지도 않는다니까. 그럼 어디. 이놈 좀 이용해 볼까? 미연은 곧, 특유의 매혹적인 미소로 입을 열었다. “글쎄. 아! 그보다 너 그거 알아? 며칠 후에 우리 음방 나가잖아. 거기 글쎄 고딩 동창이 데뷔한다잖아? 이름이 뭐였더라? 아! 신태우! 예전 내 썸남이었어.” |